의식성찰

Conscious Examination

의식성찰은 오랜 역사 속에서 기독교 각 수도공동체마다 나름 엄격하게 지켜지는 영성수련 중의 하나로서, 수도자들은 잠자기 전 그 날 하루의 생활을 되돌아 보면서 하나님의 은혜와 임재 가운데서 감사를 드리고 속죄할 것은 엄하게 속죄하는 규율로서 지켜져 왔다. 과거에는 주로 신앙적으로 잘못한 것, 회개할 것 등을 성찰하는 경향이 강하여 이를 양심성찰(conscientious examination)이라고 불렀으나. 현대에는 좀 더 광범위하고, 삶의 전 영역에 대한 영적 성찰로 그 성격이 다소 달라졌으며, 특히 삶의 매 순간에 하나님의 임재를 의식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향 때문에 의식성찰(conscious examination)이라고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성찰이란 하루에 일어났던 일을 되짚어 보면서 자신이 살아가는 방법, 즉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법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는 것을 말하며, 특히 그리스도인들은 삶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와 인도하심, 그 분의 눈으로 분별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성찰은 우리의 인격의 성숙을 위한 도구(정신화mentalization)임을 넘어서 그 자체로서 영혼의 기도가 되는데, 즉 나의 영혼이 자아의 관점을 넘어서서 하나님 안에서, 하나님과 함께 나를 돌아보는 것, 나의 느낌과 생각을, 하나님과의 관계를 살펴보는 영혼의 성찰(soulization)을 위한 도구가 된다.

 

우리가 추구하는 영적 성찰(soulization)은 침묵, 즉 마음의 명료함과 하나님과의 관계성, 이 두 측면 모두를 조화있게 중시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즉 한편으로는 우리의 성찰이 일어나는 장소는 다른 곳보다 마음, 더 현대적으로 말하자면 의식이라는 곳이며, 인간의 몸을 성전이라고 한다면 의식은 지성소에 비유할만한 데, 그 안에서 치열한 영적 투쟁이 일어나는 곳이므로, 의식성찰은 침묵, 마음의 명료함을 수련하는 방법이 된다. 그리고,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성령님께서 우리 삶과 역사 가운데 늘 활동하심을 믿고, 성령님과 더불어 창조적 삶을 살도록 초청받고 있다는 것을 믿는 믿음에 기초하여 의식성찰을 수련한다(시 139: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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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성찰과 특별성찰

의식 성찰에는 일반 성찰과 특별 성찰이 있다. 일반 성찰은 매일 매일 간략히, 보통 잠들기 전에 잠시 시간을 내어 오늘 하루의 있었던 일을 돌아보면서, 감사와 회개할 일을 중심으로 성찰을 하고, 특히 하나님의 임재를 얼마나 의식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즉 삶의 매 순간 하나님의 임재를 의식하는 것, 모든 것 안에서 하나님을 발견하기(finding God in all things)가 일반성찰의 가장 큰 목적이 된다.

 

 

반면 특별성찰은 그 보다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관계로 대략 일주일, 또는 이 주일에 한번 반나절을 택하여 조용한 장소를 찾아 마음을 가다듬고 앉아서, 지난 주간 동안 가장 마음에 남거나 특별한 사건을 택하여 깊이 있게 묵상 성찰을 하는 것이다. 한 사건을 선택하여 거기에 머물러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힘들었는지, 새로운 대화가 이루어졌는지, 주님의 임재를 느끼며 그 때 이루어진 하나님과의 교제는 어떠했는지 등의 내 마음에 일어난 것들을 깊이 있게 살펴보는 것이다. 여기서 소개하는 의식성찰은 현대의 정신분석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좀 더 심층심리적으로 변형된 것으로서 보다 깊이 있게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이다. 영적인 변화와 성숙은 대부분의 경우 이를 가로막고 있는 심층심리적인 핵심역동을 잘 이해하는 것을 바탕으로 해야 보다 깊이 있는 깨달음이 올 수 있음을 잘 이해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는 하나님의 임재 안에서 만 참 현실을 깨달을 수 있다고 믿으며, 주님의 도우심 아래에서만 우리가 겪는 현실의 사건들이나 고통을 그 보이는 것들의 보다 깊은 의미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바탕이 영적 분별이나 영적 움직임을 알아보는데 더 많이 도움이 되며, 꾸준히 하다보면 우리의 영적 성숙을 돕는 매우 중요한 수련과정이 된다는 점에서 영성지도에서 이와같은 성찰의 습관은 매우 중요하게 사용되어진다. 따라서 우리가 제시하는 의식성찰의 방법은 이제까지의 정신분석에서의 성찰의 요소와 하나님의 임재 앞에서의 은총의 요소를 아우르려는 관점에서 새롭게 구성하였으며, 이를 분석적 의식성찰이라고 이름붙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두 측면, 즉 나 자신의 참모습과 마음의 움직임을 보다 깊이 이해하기위해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과정과, 또 하나는 하나님의 임재와 역사하심을 더 예민하게 잘 의식하려고 주님을 바라보는 과정을 균형있게 이루어가려는 데 목적이 있다. 이 두 과정은 모두 주님의 인도하심과 조명이 필요하며, 어느 것 하나도 주님의 인도하심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도, 이루어져서도 안 된다.

의식성찰의 구체적 방법과 과정

일반성찰 ⸙  보통 일상의 삶, 바쁜 평일 날 자기 전에 15분 쯤(바쁘거나 피곤할 경우 1분이라도 좋다. 중요한 것은 시간을 규칙적으로 내어 매일 반복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시간을 내어 오늘 하루의 일들을 슬로우 비디오를 틀듯이 천천히 훑어 보면서 사건들이나 만난 사람들을 주님 안에서 함께 바라보고 그 안에서 어떤 느낌이나 감사가 있는지 보고, 용서를 구할 것이나 회개할 것은 하고, 특히 그런 순간들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의식했는지를 살펴 보고 잠을 청하는 것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그 순간에 내가 주님께로 의식을 돌리며 주님의 임재를 느꼈는지, 주님을 기억했는지 전체적으로 살펴 봄으로써 임재의식이 삶 속에서 자리잡게 습관을 들이는 것이 일반성찰이다.

특별성찰 ⸙  특별성찰의 경우는 나 자신의 내면을 더욱 철저히 살펴보는 것이므로, 시간과 노력이 훨씬 더 많이 들며, 따라서 매일 할 필요는 없고, 대략 1-2주에 한 번 정도 일정한 장소, 시간을 정하여(대체로 오후 시간, 또는 자기 전 약 1-2 시간) 조용한 분위기에서 마음을 비우고 관상의 자세로 준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과 같은 순서로 차근차근 하되, 각 순서를 서두르지 않고, 특히 초기에는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앞 부분과, 하나님을 바라보고 그 분께 의탁하는 뒷 부분이 섞이지 않도록 한다. 성찰의 내용을 영성일기로 잘 기록하여 두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는데, 우리 SoH심리영성센터에서는 이 기록을 체계화하여 성찰에 도움이 되도록 기록지를 사용한다. (별지 참조)

의식성찰의 과정을 안내합니다. 

1. 감사와 조명을 구하는 기도

 

심호흡 등으로 긴장을 풀고 잠시 하나님 임재 가운데 머물도록 한다. 지난 한 주(혹은 2주나 1달) 동안의 삶을 감사드리고, 이 시간에 하나님께서 보여주시고자 하는 것을 볼 수 있고 또 깨닫거나 느끼거나 알아야 될 것을 허락해달라고 하나님께 조명을 청한다.(고전 13:12)

 

 

2. 내면의 성찰-자기분석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마 5:8)

먼저 일반성찰을 하는 것처럼 지난 주간을 되짚어보면서 기억나는 사건들을 돌아본다. 이렇게 돌아볼 때는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말고, 한 발 물러나 있었던 사실 그대로 객관적으로 그냥 바라본다. 마치 영화필름을 다시 천천히 돌려보듯이 보는 것이다.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삶에서부터 한 발 물러선 곳에 머물러 가볍게 짚어나가노라면, 몇몇 장면이나 순간이 보다 뚜렷이 강하게 떠오를 것이다. 주님, 당신은 저를 어느 순간으로 이끌어가기를 원하십니까, 오늘 제게 조명해 주실 부분은 어떤 곳인가요? 겸손한 마음으로 이끄심을 바라면 드디어는 여러 순간이나, 사건, 감정, 주제 중에서 어느 하나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해서 보다 마음에 남는 한 가지 체험을 선택한다. 일단 그 사건을 감정 없이 객관적으로 자세하게 어떻게 만나고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디를 갔었고 어떻게 흥분이 되었고 어떻게 언쟁이 생겼고 어떻게 결말이 되었는지, 그 사건의 전말을 객관적으로 살펴본다.

 

그 다음, 이제 가장 중요하게 관심을 두어야 할 부분은 그 사건에서 내 감정의 움직임이 있었던 순간이다. 특히 강한 감정을 느꼈던 순간, 예를 들면 화가 몹시 났다던가, 원망, 질투, 위기감, 공포, 갈망, 애착, 무력감, 사랑에 빠지는 감정 등을 느꼈던 상황이나 순간에 집중한다. 때로는 벗어나고 싶거나 잊어버리고 싶은 상황이나 생각, 피하고 싶은 순간이나 보고 싶지 않은 대상, 죄의식이나 긴장감을 일으키는 문제, 근심이나 우울한 감정을 유발하는 주제 등도 성찰의 대상이 된다. 내게 특별히 기쁨을 준 만남이 있었는가? 공동체 안에서 특정인에게 분노나 혐오감을 표현하였는가? 유달리 어떤 사람을 돕고 싶은 불쌍한 마음이 일어났는가? 때로는 어느 특정한 순간에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대신 특이한 행동을 한 것이 있는가? 충분히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습관이나 활동에 주목한다. 그런 감정이나 행동이 일어났던 순간이나 상황을 천천히, 구체적으로 머릿 속에서 재현해 본다.

 

⸙ 다음부터 기록한다.

1) 이 체험이 떠오를 때 내 마음에 처음에 어떤 감정이 있었는가? 기쁨, 평화, 감사, 분노, 갈등, 불안, 혹은 아무 느낌도 없었는지 2~3분 묵상한 후 그것을 기록한다.

 

2) 이런 특별한 감정상태에 대하여 나는 어떻게 반응하였는가? 감정을 느끼지 않기 위하여 회피하였는가? 어떤 방어기제를 사용하였는가? 그 상황을 재현하는 현재의 나의 감정은 어떤 것인가? 순간적인 반응, 무의식적인 반응이 표출된 것은 무엇인가 살펴보고 기록한다.(폭력, 냉정, 거리두기, 과장/확대, 거짓표현, 아부 등.)

3) 왜 그렇게 반응했는가? 나의 주 방어기제는 무엇이었는가를 기록한다. 이것은 상당히 심리적인 내용일 것이다. (집착, 회피 등의 방어기제)

 

4) 과거에도 이런 유사한 감정이나 행동이 있었음을 기억할 수 있는가? 있었다면 어느 때인가? 이들 간에 공통점은 무엇인가?

 

5) 이들 이면에 깔려 있는 공통되는 패턴, 특히 대인관계의 패턴, 또는 이런 현상들의 이면에 깔려 있는 근본 핵심감정은 무엇인가? 의존욕구, 인정욕구, 열등감, 비교의식, 질투, 어떤 것인가?

 

6) 이 체험의 뿌리에는 어떤 근원적인 사건이나 기억이 있는가? 추적이 가능한가? 내게 어떤 상처가 있는가? 어린 시절의 연관된 기억이 있는가? 특히 부모와 관련된 상황 가운데서 위의 핵심감정을 만들게 된 상황은 무엇인가?

 

3. 자 이제 기록을 잠시 내려놓고,

이제까지 자신의 내면을 향했던 마음(의식)의 눈을 들어 주님을 바라본다.

그리고 예수님과 그것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예수님께 올려 드린다. 즉 Oratio의 과정이다)

1) 이 사건과 관련된 마음을 주님께 올려드린다. 내가 집착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려놓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그 상황을 바라보시는 주님의 시선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한 후, 침묵 가운데 상당 기간 머문다.

 

2)그 상황을 성찰할 때 주님이 어떤 느낌이나 생각을 주시는지, 어떤 말씀이나 통찰을 주시는지, 어떤 지혜를 주시는지 살펴 보고 기록한다. 그것과 함께 떠오르는 말씀구절이 있으면 그 말씀을 묵상해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주님이 내게 어떤 마음과 태도를 갖기를 원하시며 또 나를 어떤 자리로 초대하고 계시는지 느끼는 것이다.

 

여기서 특별히 중요한 것은 이런 묵상 끝에 영적 위안이 올 때 바로 끝내지 않고 오래 머무르도록 하는 것이다. 그 순간이야말로 성령 하나님과의 진정한 대화가 일어날 수 있는 때이므로 마음의 감격, 기쁨, 위로, 함께하심, 임재를 느낄 때는 그 자리에 오래 머물러 있도록 한다. 그리고 주님과 함께 그 느낌에 충분히 잠겨 있으면 주님과 좀 더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영적 고독이 시작되면 내가 왜 이런 상황에 빠졌는가 살펴보고, 내가 혈기로 그렇게 반응했구나, 그것이 문제였구나 등의 회개할 거리가 생길 것이다.

 

4. 이제 몸을 풀고 자세를 편하게 하여

오늘 의식성찰을 한 과정(흐름)에 대하여 성찰한다.

 

1) 이제까지 성찰한 과정의 흐름은 어떠했는가? 마음이나 감정상태는 어떠했는가? 흐름을 방해하는 점은 없었는가?

 

2) 성찰 후 가장 내 마음에 남는 결론은 어떤 것이며, 앞으로의 삶에서 적용할 것은 무엇인가? 아직 이해가 되지 않거나, 해결되지 않은 강한 감정이 있을 경우 억지로 (좋은)결론을 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5. 이제까지 내게 베풀어주신 주님의 사랑에 감사드리며 앞으로의 삶도 주님께 맡겨 드리면서 마친다. 그리고 오늘 하루 중 나 자신에게 위로하고 싶은 것, 격려하고 싶은 것, 하나님께 바치고 싶은 각오, 주님께 특별히 청하고 싶은 도움이 있으면 적는다. 그리고 감사와 함께 ‘앞으로의 삶도 주님께 맡기고 싶습니다, 주님, 도와주십시오’ 하고 기도를 마친다.

 

6. 이 성찰한 자료를 영성지도자에게 가지고 가서 개인적인 영성지도를 받아도 좋고 그룹영성지도에서 같이 나누어도 좋다.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기본자세는 성령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 늘 하나님을 의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